송구영신 예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필리핀에서 뉴욕으로 목적지가 일순간에 바뀔 수가 있는건지? 나도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삶에서는 종종 일어난다. 좋은 쪽으로든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든 그럴 때가 있다. 세상에서는 ‘우연’ 혹은 ‘운’ 이라고 얘기하고 하나님을 믿는 나는 ‘인도하심’ 이라고 믿는다.
예배를 같이 드리려고 기다리는 동안 교회 동생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카페에 있었는데 이 친구가 얘기하기를 뉴욕에 가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차도 필요 없고 1년 공부하면 1년 일할 자격(OPT_Optional Practical Training : F-1 학생비자를 소유한 사람이 대학교나 대학원을 졸업하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부여해주는 자격) 을 주는 프로그램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차피 미국을 갈꺼면 시작부터 미국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고도 했다. 당시 나는 필리핀에서 영어 실력을 쌓은 뒤 언니가 있는 서부를 거쳐 궁극적으로 워싱턴DC에 가려고 했었고 (왜? 거기가 수도니까! 내가 그렇게 미국을 몰랐고 철저한 조사도 없이 그냥 수도에 가면 뭐 되는 줄 알았다…..ㅎㅎㅎㅎ), 더군다나 이 친구는 뉴욕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온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 거주자가 얘기하는 것들이 당시 나에게 굉장히 신빙성 있게 들렸다. 온라인 세계에서 이 얘기 저 얘기 주워듣던 내가 실제 경험담을 들으니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쏙쏙 박혔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 친구가 알려준 프로그램이 가격이 괜찮았고(적은 돈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다른 학교나 프로그램에 비해서는…), 1년 공부하면서 수업을 영어로 하니까 영어 공부도 되고, 수료하면 일을 구할 수 있는 자격도 되니 더할 나위 없었다. ‘영어실력을 키우는 것’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일하는 경험’을 꿈꿨던 나로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왠지 시간이 단축되는 느낌이랄까? 일석삼조 (수료증따고, 영어공부하고, 일할 자격도 얻고)의 기회를 놓치면 안될 거 같았고 더 고민할 필요 없는 일이었다. 바로 필리핀 원장님께 말씀 드리고 나의 목적지는 필리핀에서 뉴욕으로 바뀌었다.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이 그렇게 하셨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나는 뉴욕에 대해 생각도 해볼 수도 없었고, 생각해봤다고 한들 이 친구가 말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알지도 못했으며, F-1이나 OPT 처럼 비자 관련한 부분도 미리 고려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친구는 뉴욕에서 돌아온 후 내가 일하고 있던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교회에서 그 지역의 청년모임을 담당하던 내가 이 친구가 교회와 지역모임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처음 만났었다. 그렇게 좀 가까워지면서 송구영신 예배를 같이 드리기로 하고 만난 그 자리에서 뉴욕에 대한 이 모든 얘기들을 처음 듣게된 것이었다. 나의 지금까지의 7년 여의 미국 생활을 봤을 때 이 만남은 하나님이 하실 수 밖에 없는 일이었던 거다. 마침 미국 뉴욕 생활을 마치고 온 이 친구를, 필리핀 유학 프로그램 결제 바로 전날에 만나 예배를 기다리는 긴 시간 동안 뉴욕 현장의 얘기를 듣게 하신 것. 뉴욕을 향한, 미국을 향한 마음을 정하게 하시고 기도를 시작하게 하신 것. 나는 내 꿈을 쫓아 간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하나님이 나를 뉴욕으로 부르신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2017년 3월 한국을 떠나 언니네 가족과 여기 저기 여행하고 3/31 뉴욕에 도착했다.
지난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니 감회가 매우 새롭네… 왼쪽부터 3/18 언니가 있는 서부 Monterey 도착했을 때 나를 마중나온 조카 하람이, 3/31 뉴욕 도착한 날 록펠러 센터 전망대, 8/31 Baruch CAPS Acceptance letter. 포스팅에 쓴 것 처럼 제일 어려웠던 거는 통장 잔고 맞추기…..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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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내가 뉴욕생활을 시작하게 했던 프로그램: Baruch College CAPS(Continuing & Professional Studies)
우리 나라로 치면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 정도 될 거 같다. 지금 검색하니까 웹사이트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계속 운영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당시에는 특히 Accounting을 전공한 한국 학생들이 ‘Accounting track 수업+미국취업’ 이 패키지로 Agency 에 많은 돈을 주고 꽤 와있었다. 나는 교회 동생한테 프로그램 이름 들은 게 다였기 때문에 Agency 없이 내가 토플 점수 따고 내가 등록해서 학비 외에 든 비용은 없었다. 나는 참고로 Web design and dvelopment track 이었는데 이미 UX디자이너로 일하던 나는 모바일은 익숙해도 웹 환경 (HTTP, CSS 등)은 전혀 익숙하지 않아서 배우면 도움이 되겠다 생각했었다. 또한 OPT 자격으로 일을 구할 때는 전공 관련한 일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 관련 수업을 듣는 것이 나중에 일을 구할 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비용은 1년 과정에 천만원이 좀 더 되었던 거 같은데, 학비 위에도 학비+뉴욕생활을 감당할 정도의 통장 잔고가 있어야 하고(등록할 때 정해주는 금액이 있고 그 정도 넣어두면 됨), 기본적으로 수업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토플 점수를 본다. 1년 동안 총 3 학기 였는데 첫 학기는 다같이 듣는 공통 수업이었고 나머지 학기 동안에는 선택한 track 에 해당하는 수업을 들었다.
자세한 것은 모집 요강을 자세히 봐야하고, 말이 잘 안통하더라도 전화/이메일로 문의를 반드시 해야한다. 한국에서는 공식적인 정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잘 못하지만 여기는 생각보다 사람에 따라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경우도 있는데다 막상 찾아가거나 연락하면 친절히 잘 알려주는 것 같다. 뉴욕이 워낙 다민족들이 사는 곳이라 학교 교직원부터 교수까지 외국인들이 많으므로 내가 외국인이고 영어를 잘 못하는 것에 대해 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알고 있다 쫄 수 밖에 없음을…하지만 정말 괜찮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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